스무 살 딸이 건넨 《위버멘쉬》, 그리고 흔들림 앞에 선 우리들의 길

어느 날, 갓 스무 살이 된 딸아이가 책 한 권을 쑥 내밀었다. 조직에서 새로운 도전과 책임을 마주하며, 부서의 장으로서 구성원들과 어떻게 발맞추어 나아가야 할지 깊은 고민에 잠겨 있던 남편을 위한 선물이었다. 이제 막 성인의 문턱을 넘어선 딸이, 삶의 중턱에서 길을 묻는 아버지에게 건넨 책의 이름은 다름 아닌 《위버멘쉬》였다.

철학자 니체의 무거운 화두를 담은 이 책을 딸아이는 왜 아버지의 손에 쥐여주었을까. 책장을 넘기며 마주한 문장들은 그 이유를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증명하고 있었다. 이 책은 흔한 힐링 서적처럼 달콤한 위로를 속삭이지 않는다. 오히려 거친 세상 앞에 선 인간이 끝까지 자기 자신과 마주하도록, 그리고 스스로 삶의 방향을 세우도록 질문을 던진다.

조직을 이끄는 리더는 언제나 외롭고 흔들린다. 새로운 목표를 향해 조직원들을 이끌어야 하는 책임감, 실패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어떻게 함께 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겉으로 드러내기 힘든 무게로 다가온다. 하지만 책은 이렇게 말한다. “만약 지금 당신이 흔들리고 있다면, 그것은 실패의 증거가 아니다. 오히려 무언가가 변하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다.” 새로운 궤도에 오르기 위한 진통과 흔들림은 도태가 아니라, 조직도 개인도 한 단계 성장하고 있다는 생생한 증거라는 격려다.

책은 또한 리더십과 삶의 본질을 짚어낸다. “삶은 누군가 미리 만들어놓은 길을 따라가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자기 자신의 길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세상이 정해놓은 규격화된 성공 공식이나 타인의 시선에 얽매이지 않고, 구성원들과 함께 스스로 새로운 길을 닦아나가는 용기. 진정한 리더십이란 완벽함을 가장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방향을 믿고 책임지는 태도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행복은 삶의 목적이 아니라 걸어가는 길 위에서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결과일 뿐”이라는 문장처럼, 진정한 동행은 결과만을 좇는 데 있지 않다. 우리가 함께 어떤 태도로 과정을 마주하느냐에 따라 조직의 공기와 삶의 결은 완전히 달라진다.

스무 살 청춘이 삶의 무게를 짊어진 가장이자 리더에게 전한 것은 책 한 권 이상의 의미였다. 그것은 “세상이 강요하는 기준에 얽매이지 말고, 당신만의 길을 당당히 걸어가라”는 가장 깊은 응원이자, “인간은 아직 끝난 존재가 아니며 계속해서 새로워질 수 있다”는 단단한 신뢰의 메시지였다.

시대의 불안과 책임의 무게 속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는 모든 이들에게 《위버멘쉬》의 물음은 유효하다. 누구도 대신 살아주지 않는 나의 삶, 그리고 우리의 길. 그 길 위에서 우리는 지금 어떤 태도로 마주 서 있는가. 딸이 건넨 책 한 권이, 오늘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묵직한 이정표를 세워주고 있다.

정담-이금덕